새벽까지 악취 견뎌가며 잔존물 처리에 녹초되기도
한 번 투입되면 2주간 다른 농장 출입금지 등 어려움
부상위험 속 안전한 지역 만들기 위해 각오 다져
 
파주시에는 돼지가 한 마리도 없다.
그 많던 돼지가 한달만에 순식간에 사라졌다.
돼지열병이 가져온 재앙이다.

1910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생된 이후 2016년 유럽 몰도바에서 다시 발병, 체코, 루마니아, 헝가리 등으로 확산되었던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지난해 8월 중국에서 첫 발견 후 베트남, 캄보디아, 홍콩 등으로 확산, 급기야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9월 파주 연다산동에서 처음 발생되었다.

뒤늦은 일이지만 지난 5월 멧돼지 사체가 발견, 음성 판정이 나왔다고 매몰 처분한 그때에 제대로 처리만 했어도 이같은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대통령이 지난 5월 돼지열병을 언급하며 방역에 철저를 기할 것을 지시했다.
당시 농장만 소독할 것이 아니라 멧돼지 사체가 발견된 민통선에 집중하기만 했어도 큰 피해 발생은 없지 않았을까 한다.
멧돼지 사체가 발견된 민통선 철책선을 따라 평화를 꿈꾸며 수많은 사람들이 걷기대회를 가졌으니 무방비 상태로 노출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9월 16일 연다산동에서 최초 발견 후 5차 마정리까지 그리고 연이어 연천, 김포, 강화까지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결국 111농가 12만 5,838두 중 45농가 61,877두가 처리, 46,503두는 FRP매립, 15,374두는 맨더링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11월 7일에는 진동면 학포리 강건너에서만 멧돼지 6마리가 발견되었다.
한창 발병 시점에는 87개소까지 운영되던 ASF초소도 현재 인접지역 경계와 발생 농가 거점소독을 위해 13개소만 운영되고 있다. 돼지열병 발생 후 돼지 축사농가, 축협, 공무원, 경찰, 군인, 사회단체, 자원봉사자 등 그동안 투입된 인원만 22,913명에 이르고 있다.

본지는 돼지열병으로 관내에 돼지가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그동안 잔존물 처리반을 운영했던 안전건설국이 어떻게 사후 처리를 신속하게 대응해왔는지에 대해 취재했다.
돼지 분뇨는 소 등 다른 가축에 비해 냄새가 지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잡식성이므로 잔존물 처리하는 곳에 10시간 가까이 현장에 있는 공무원들은 목욕을 해도 가시지 않고 냄새가 날 정도로 지독한 냄새를 맡으며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

최귀남 안전건설교통국 국장은 첫 발생지인 연다산동은 용역업체가 계약이 되어 있었으나 인력이 없어 잔존물 처리를 못했다.
군도 투입이 안되어 결국 안전건설교통국에서 특공대를 조직, 30명이 투입되어 포크레인, 바브켓 4대를 가지고 새벽 3시까지 소독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2차 자장리 발생 때는 바이러스는 시간과의 싸움이므로 잔존물 처리반을 투입, 막사에서 야적장까지 옮겨서 소독한 후 비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완전포장 신속하게 잔존물 처리를 완료하였다.

2차 발생 농가 주위 3㎞ 이내에는 16개 농가가 있어 효율적인 잔존물 처리를 위해 덕천리 미생물연구소에 사후처리반 현장 상황실을 설치, 운영했다. 6개 농장의 처리는 영농기계 사업소 2층을 임시 상황실로 차려놓고 7일동안 작업을 실시하였고 이곳이 완료된 후 마산리로 이동, 민방위대 대피소를 임시상황실로 마산리, 동문리, 금곡리 농가들에 신속 대응해 나갔다.

특히 매몰지 민원에 신속 대응하기 위해 석산에서 갖다가 성토를 하고 두포리 전원주택에서 보인다는 민원으로 가림막까지 설치했다. 덕천리 16개소 마산리 14개소 중 11개에 직접 잔존물 처리반이 투입되고 나머지는 지원 관리해 나갔다.

잔존물 처리 뿐만 아니라 최종 사후처리인 농가 석회 살포와 매몰지 펜스 설치에 대해 신속한 처리를 위해 지원했다.
10월 초 연천군 비무장지대의 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함에 따라 민통선 접경지역 방역시설 강화를 위해 전진교, 진·출입로에 방역소독 시설을 신속 설치, 모든 차량에 대해 상하부 소독을 실시, 돼지열병 추가 확산 방안에 힘써 나갔다.

더욱이 잔존물 처리반은 발생농가 투입시 2주간 다른 농장이나 초소에 투입될 수 없어 인력 관리의 어려움이 더하고 살처분 진행중인 농장에 투입시 낙후된 농가 시설로 인한 부상위험 및 장비 투입의 어려움, 농가의 방만한 관리로 인한 잔존물의 양과 냄새로 인한 어려움 등도 그들이 함께 이겨내야 할 과제들이었다.

잔존물 처리반 직원들은 급박했던 상황에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작업을 하다 보니 구토, 설사, 가스에 중독되어 비틀거리는 증상까지 발생하는가 하면 수송차까지 그 냄새가 배어 차를 탈 수 없을 정도로 냄새가 심각했다.
구제역 당시에는 물리적으로 살처분해서 직원들이 트라우마에 시달린 정도였으나 이번에는 Co2를 투입 질식사시켜 그때보다 고충은 덜한 것은 있지만 현장에서 주민들에게 빠르게 지원해주고 처리하는데 집중했다.
직원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묵묵하게 맡은 바 소임을 다하여 발빠르게 대응했다.

"시간과의 싸움에서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었습니다. 모두 힘든 상황에서 한마음이 되어 일사분란하게 최선을 다해준 직원들에게 고맙게 생각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무엇보다 철저한 예방만이 재난을 막을 수 있어 사전 점검에 더욱 힘써 나갈 것입니다"
최귀남 국장은 이번 사태로 직원들이 더욱 긴장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많던 돼지를 처리해야만 했던 잔존물 처리반은 파주시가 재난에 더욱 안전한 지역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피부로 절감하며 각오를 다졌다.

[출처:파주타임스]